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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여기는 병영독서 현장│④ ] 사이드기사-[기고] 인생에 다시없을 시한부(時限附) 여행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11-01 조회수 20
버스가 백운포(白雲浦)에 닿으면 남아있는 승객은 나 하나다. 똑같은 배차요일과 시각에 종점까지 동행하는 셈이니 운전기사님과 어느덧 낯이 익다. 해군작전사령부로 면회 가는 길입니까? 음, 여행하듯 독서코칭 가는 중입니다. 하차하면 부산의 동쪽 해안 절경이고 부대까지 걷는 길은 기다란 방파제 곁이다. 짠바람에 절은 낚시꾼들이 잡념을 잊고 파도와 팽팽히 맞서다, 부대 쪽에서 간간이 훈련 사이렌이 울리면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더라.

삶에 각개전투 하듯 나도 너희도 치열한 일상 속인데, 우리 인연에 갸륵하게 독서가 있다. 지난 봄에 함께 선별한 일곱 권의 목록 중에 여행관련 서적이 두 권이나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있음을 유한한 생에 인간 본능처럼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늘 여행을 그리워하다 언제부턴가 가방을 싸서 떠나는 것이 문화적 유행이 되어버렸다. 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시대에 일정기간 붙박이로 너희는 그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중인가.

아니. 시나브로 성인이 된 너희는 익숙한 환경을 떠나 군대라는 전혀 다른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을 여행하는 중이다. 나 역시 `병영 독서코칭`이란 기회가 없다면 작가이고 여성으로 살다 부대라는 여행지에서 군인이라는 사람을 여행할 수 없을 것이다. 독서가 나 혼자 하는 고독한 여행이라면 독서코칭은 우리가 함께 하는 소통의 여행이 된다. 참된 여행의 묘미(妙味)는 여행지에서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하고 자기 자신 이외의 모든 존재로부터 `나`를 발견하는 데에 있을 터.

살아낸 현실이야 평생 가난하고 비통했음에도 `귀천`이라는 시(詩)를 남기고 하늘로 간 어느 시인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여행)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고 싶다. 너희가 내게 지어준 `따뜻한 골드미스`라는 별명이 나를 더 인정 많고 품위 있게 하며, 너희가 바나나 주스를 만들어 내 지친 목소리에 보답하고 싶다 할 때 나는 더 힘을 낸다. 짧지만 소중한 순간이란 문득문득 삶을 지탱할 수 있게 하거든.

겨우 이름을 외고 정이 들법하면, 너희 중에 누군가 파견 가거나 제대한다. 그럴 때 나는 이별이라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또 다른 여행지로 떠났거나 병영에서의 여행 끝에 귀환했다 여긴다. 너무 많이 섭섭하지 않은 이유란, 남아있는 나날을 누구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여행하든 너희가 분명히 더 나아져있을 거란 믿음 때문이야.

매회 같은 책을 매개로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조별협업 활동을 통해 진행되는 나의 독서코칭이, 너희가 고단한 일상에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여유이자 묻어둔 마음의 상처가 아물 수 있는 힐링이며 더 넓고 새로운 세계에 눈 뜰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누구나 삶은 매순간 새로워지려 하며 생에 아름다운 시간을 가질 권리가 있으니까. 우리 인생에 다시없을 시한부(時限附) 여행이라 더 애틋한 병영 독서코칭이여.




내일신문 2017. 10. 24
이보라 독서코칭 강사 소설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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