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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일의 기쁨과 슬픔』 vs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 작성자. 캠프리딩
  • 등록일. 2020.02.27
  • 조회수. 78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생명력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일에 대한 고찰


알랭 드 보통 저일의 기쁨과 슬픔 vs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저


 

인생의 절반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내가 가장 잘하고 즐거운 일을 찾는 건 매우 중요한 미션이다.

그 일이 많은 사람을 유익하게 한다면 더 이상의 행운은 없다

소설과 르포르타주를 통해 일의 기쁨과 슬픔, 나의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

 

 

 

요즘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장류진이다. 1986년생이고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매년 수십 명의 작가가 등단을

하지만 작품 발표를 하지 못하는 이가 허다하다. 장류진은 작가가 된지 1년 만에 단편소설 8편을 담은 소설집을 발간했다. 201910

25일에 발간한 소설집은 석달이 안되어 16쇄를 발간했고 여전히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다.

문학평론가 인아영은 장류진의 작품에 대해 한국문학사에서 회사소설 장르를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놓았다라고 했는데 그 평

가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장류진의 작품에는 효율적인 업무관리 기법, 수평적인 업무환경 조성 같은 시스템이 운용하는 사람들에 

의해 불합리하고 불공평하게 바뀌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의 맨 아랫줄에제목은 알랭 드 보통이 쓴 동명의 에세이에서 착안했다는 문구가 있다. 다읽

고 나서 2009년 국내에서 발간된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영감을 얻었다거나 하는 단서는 딱히 발견하지 못했

. 다만 스토리에 아주 잘 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영목 번역가는 일의 즐거움과 괴로움이라고 표기하는 게 좀더 자연스럽지만, 알랭 드 보통이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염두에 두고 제

목을 지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사랑처럼 기쁨을 주는 일을 만나고 싶지만 이별처럼 아픔을 던지는 일에 둘러싸여 사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일과 일터와 일꾼을 관찰


1969년생인 알랭 드 보통은 스물세 살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발표한 이후 우리는 사랑일까』 『너를 사랑한다는 건을 

연이어 썼다.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이 20여개 언어로 번역 출간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같은 현대적 일상의 가치를 담은 에세이로도 각광받고 있다.10개 파트로 구성한 일의 기쁨

과 슬픔화물선 관찰하기, 물류, 로켓과학, 송전공학, 항공산업같은 접하기 힘든 일과 일터와 일꾼을 관찰하며 특유의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을 하는 사람과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거리와 시각 차이를 생각하며 읽다보면 르포르타주인지 소설인

지 헷갈리기도 한다. 알랭 드보통은 일에 대해 냉정하게 규정한다.

경제적인 필요가 없어도 일은 구해야 한다고 암시하는 것도 우리 사회가 처음이다. 직업선택이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 사귀게 된 사람에게도 어디 출신이냐, 부모가 누구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의미있는 존재가 되는 길로

나아가려면 보수를 받는 일자리라는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일을 통해서 존재를 증명받

는다. 어떤 일을 하는지, 재미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일과 관계된 질문은 당연하다는 듯 어디서나 밀어닥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천재이거나 혹은 천재를 길러낼 힘을 갖고 있다는 착각을 하며 버텨낸다. 알랭 드 보통은 이에 대해서도 정확한 일침을 날린다.

많은 상담가들이 지나친 약속을 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고 창작을 지도하는 교사가 탐욕이나 감정 때문에 학생들 모두가 언젠가는 가치있

는 문학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암시하는 것은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실감나는 회사소설

장류진 소설에서는 알랭 드 보통의 일침같은 건 생각할 겨를도 없는, 정글같은 직장을 혼자 헤쳐 나가야하는 우리 곁의 직장인이 달리고

있다. 판교 테크노벨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회사에서 사실상 막내인 안나. 아침마다 회의 시간에 이십분 이상 떠드는 대표뿐만 아니라 

나이어린 천재개발자의 히스테리까지 마크해야 하는 인물이다. 중고물품 거래앱에 새물건을 엄청나게 부려놓는 이용고객 거북이알님에

대한 처리 업무가 당면과제이다.

중고거래를 빌미로 점심시간에 만난 거북이알, 세련된 정장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여성이다.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회장의 심기를 건드려

승진도 취소되고 다른 팀으로 좌천되어 강남에서 판교로 왔다. 포인트에 관한 아이디어를 냈다가 월급을 포인트로 받는 테러를 당하기까

지 했다. 거북이알은 처음 만난 안나에게 심경을 토로하면서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너무 막막해서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해결책을

스스로 찾아냈다. “돈도 결국 이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의 포인트인 거 잖아요. 포인트를 다시 돈으로 바꾸면 되잖아.”

포인트로 생활하면서 직원가로 산 물건을 중고시장에서 현금화하느라 중고마켓을 도배했던 것이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회사 일은 머릿속에서 딱 코드를 뽑아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고 아름다운 것만 봐요. 예를 들면 거북이라

, 거북이 사진이라든지, 거북이 동영상이라든지.”

거북이알은 기르는 거북이의 이름을 람보(르기니), 마쎄(라티), 페라()라고 짓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잡다한 일로 늘 피곤하면서도 불

을 토로하기 힘든 사실상 막내 안나도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방법을 갖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방책은 홍콩에서 열리는 피아니스

트 조성진 리사이틀에 가는 것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을 하면서 겪는 불합리한 상황에서 개인이 어떻게 생존해나가는지 보여주며 일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달리는 안나와 거북이알이 고난을 이겨내고 상사가 되는 날, 사무실 안에서도 아름다운 일이 일어날까. ‘일은 가끔씩 

미있고 그 보다 자주 도망치고 싶은 것이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대로라면 오래 인내해야 그런 날이 올 듯하다.

 

행복해야 결실을 맺는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하게 공부를 하는 이유는 성인이 되어 해야 할 일과의 상관관계 때문이다. 여전히 자녀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

으로 분야를 정하는 부모도 있긴 하지만 많은 사람은 자신의 적성과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애쓴다.

알랭 드 보통은 마지막 챕터 끝에 일이 가없는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줄 것이다. 우리에

게 뭔가를 정복했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식탁에 먹을 것을 올려놓아줄 것이다.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

있게 해 줄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다양한 직종을 관찰하면서 일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만 알랭 드보통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는다. 창업에 대해서도 좋은 생각은 바보라도 할 수 있으나 수익이 나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위대한 

정신을 가진 소수 뿐이라고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의 장황한 필치와 다양한 관심과 방대한 지식을 헤쳐 나가다 보면 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장려진 작가의 소설은 마치 내가 겪은 일처럼 선명하다.

20대거나 30대일 게 분명한 주인공들이 직장에서 겪는 불합리에 자신도 모르게 분노할지 모른다. 작가가 직장에 다니며 겪고 느낀 점을 형

상화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현실을 실감나게 그린 장류진 작가와 다양한 직종의 사람을 관찰한 알랭 드 보통, 허구와 현실이 작가의 기호에

따라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 일은 기쁨보다는 슬픔과 더 가깝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더라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은 속히 일하기를 갈망하고,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더 큰 성취를 원한다. 장류진 작가든 알랭 드 보통

이든 하고 싶은 말은 비슷할 것이다 당신이 잘하고, 좋아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해야만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근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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